어쩌다 인도네시아 일상

한잔의 커피를 위한 한알의 역사. 로부스타 커피의 끝판왕.

Kak Seulgi _ wiseeonni 2022. 6. 15.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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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최고라 함은 아라비카라고 익히 들어왔었다.
인도네시아도 커피가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아체 가요와 또라자 등에서 나오는 아라비카가 유명하다.
아체 가요는 인도네시아 커피 중에서 가장 신맛이 강하고 성격이 분명하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좋아한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느낀 점은... 우리만 아라비카를 좋아한다..^^;;; (너무 극단적인가??ㅋㅋ)
물론 우리라 함은 외국인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대부분 로부스타를 마신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그 맛이 길들여져 있기도 하고..^^
진짜 현지인들이 마시는 커피를 마셔보면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쓴 로부스타를 마신다.
거기에 설탕을 듬뿍 넣어서 마시는 것이... 사실 나와는 잘 맞지 않는다^^;;
몇 번 로부스타 빈을 사서 먹어봤는데, 한두 번은 맛있었으나 내가 잘 내리지 못한 탓이었는지 기분 나쁜 쓴맛 때문에 쉽게 길들여지지 못했었다.
그럼에도 로부스타를 좋아하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보며, 로부스타의 매력이 무엇일까 과연 싸다는 이유 때문일까 생각했었다.



오늘 우연히 들린 이 카페. 간단한 먹을거리도 있는 카페이고 하얏트호텔 앞에 있는 좋은 카페인 것 같아서 들리게 되었다.
커피전문점 같은 이 분위기.
커피를 전문적으로 하는 곳은 이렇게 개인 브랜드들이 있다. 워낙 많은 지역에서 커피를 생산하다 보니 그 품질이 좋고 자부심이 있으며 상업화하기 시작한 곳은 이렇게 브랜드화되어 있다.
이 가게는 '오리지널 수마트라 커피'임을 앞세운다.

 (sebuah sejarah untuk secangkir kopi)한잔의 커피를 위한 한알의 역사. 참 멋있다. 

오랜 세월 동안 품질 좋은 커피를 재배하기 위해 노력했던 이들을 인정해주며 자부심을 가지고 만든 이 브랜드. 퍼르디페.
알고 보니 이곳은 로부스타를 메인으로 하는 커피숍이다.
한국에서는 로부스타를 판매하는 커피숍이라고 한다면 잘 될까??^^;;

하얏트 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어서 위치도 좋아서인지 우리가 있었던 1시간 동안 끊임없이 사람들이 왔다 갔다 했다.

직원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계속해서 사람들이 주문을 하기에. ^^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서, 아이들을 위한 레모네이드와 딸기 요구르트를 시켰다.
그리고..

남편과 나를 위한 한잔의 역사도. 함께 주문했다.
이 커피 이름이 Americano on the rock이다.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커피였는데. 한 모금을 마시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로부스타의 끝판왕이랄까?
첫맛은 그냥 블랙커피.
바로 이어지는 중간맛은 쓴맛을 느끼게 하는 감각들을 모두 깨워버리는 강력한 쓴맛.
마지막 맛은 쓴맛이 깔끔하게 사라지면서 좋은 커피 한잔을 마신 것 같은 딱 떨어지는 그 맛.

로부스타를 싫어했던 이유는 끝 맛이 깔끔하지가 않아서였다.
그저 일정하게 쓰고 마지막 맛은 뭔가... 지저분하달까...
그렇게 알고 있던 것이 로부스타의 맛이었는데..
지금까지 내가 마신 로부스타는 헛것이었다.
이 아메리카노 온 더 락은 내가 알던 그 로부스타가 아니다. 아라비카라고 다 좋은 아라비카일까... 빈에 따라, 볶는 상황에 따라, 내리는 시간과, 온도와, 방법에 따라, 그리고 바리스타에 따라 맛은 천지차이다.
로부스타도 마찬가지라는 걸... 왜 지금 알았을까..^^;;
로부스타도 이렇게 고급진 맛이 난다니.
한잔의 커피를 위한 한알의 역사 sebuah sejarah untuk secangkir kopi라는 말을 괜히 적어놓은 게 아니구나 싶다.

한 인도네시아 친구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한국에서는 아침에 빵이랑 우유를 먹지? 우리는 어릴 때부터 아침마다 커피랑 고구마를 먹어.
하하 정말??^^;; 그저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것을 아침에 먹는다는 말이었는데..
사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먹었다면 가장 맛있는 커피가 어떤 커피인지 모를 리가 없다.
우리가 김치의 한 끗 차이를 알아채버리는 것처럼, 어릴 때부터 마신 커피의 한 끗 차이를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너무 손쉽게 저품질, 저평가해버렸던 로부스타를 최고급 커피로 만들어버리는 것도 역시나 그 한 끗 차이를 알고 있는 이들이다.


커피뿐만 아니라 맛있는 음식도 함께하니 참 좋다.
대부분의 음료는 20.000 룹(1600원) 정도이고, 음식은 10.000 룹~30.000 룹(대략 2000원대)이다.

20000룹을 주면서 물을 사오래더니 17000룹을 가져왔다. 3000룹짜리 물. 250원. 인도네시아는 대부분 물을 정가로 판다. 이해가 잘 안되는 유통구조^^;;

정갈하게 차려 나오는 플래터랑 브런치 메뉴.

그리고 1300원짜리 인도미^_^;;
남편은 왜 그걸 시켰냐고, 싸서 시켰냐고 하는데...
앞에서 말한 것처럼 아라비카 안 마시고 로부스타를 마시는 게 꼭 돈의 가치가 아닌 것처럼
난 인도미가 맛있다. ㅋㅋ 도대체 이걸 왜 안 먹는 거야?



맛있는 커피 한잔, 맛있는 음식 한 접시.
오늘도 인도 네시아스럽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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