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을 얹은 도넛 - 내 이웃의 특별한 선물
저녁 9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띵동 띵동 벨이 울린다.
저녁 9시에 누구지?
가족들도 없는 이 타국에서 저녁 9시에 벨을?
문을 열어보니 환하게 웃는 여자분과 남자분이 계셨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인사를 하니, 앞집으로 이사온 부부라며 소개하신다.
아 몇일전에 앞집에 이사를 하던데, 그 집인가보다.
늘 첫 만남은 어렵다. 무슨얘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쭈뼛쭈뼛하게 된다.
이사온지 몇 일 됐는데 이제야 인사 한다며 작은 선물이라고 도넛을 선물해 주셨다.
그래도 이렇게 먼저 와서 인사 해 주시니 참 감사하다.
덕분에 인도네시아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아무튼 그렇게 받아 온 도넛을 열어보니.
우와~ 이게 뭐야~?
생각지 못한 도넛들의 모습에 입을 다물수가 없다.
코코넛이야 워낙 인도네시아에서 자주 사용하는 거라 크게 놀랄바는 아니고
바나나가 올라간 도넛이 특이하다고 생각하던 찰나.
그 옆에는 쌀밥이 있는 걸 보면서 수많은 궁금증이 생겼다.
왜? 왜 이 달콤한 도넛 위에 쌀밥을 얹은거지?
저 쌀밥도 달콤할까? 약식같은건가?
왜 얹은거지? 무슨 의미가 있는거야?
도넛을 보면서 이렇게 수많은 생각을 해보긴 처음이었다.
아 생각해보니 지난주가 르바란이었구나.
르바란은 인도네시아의 최대 연휴, 무슬림들의 명절이다.
그 연휴 기간에는 온 가족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데, 아마 이 도너츠가 그 패키지가 아니었을까?
하나씩 살펴보다보니 인도네시아를 그대로 가져다 놓은 것 같다.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코코넛. 바나나.
인도네시아 기본 식량 쌀(밥)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사랑하는 '초록색'을 내는 판단 잎.
밥에든 빵에든 얹어먹는 아본.
정말이지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것들을 싹 모아놨다.
도넛과 이 재료들이 매칭되지 않지만.
이 도넛을 보니 인도네시아가 보였다.
외국인인 우리에게 엄청난 선물이다.
달콤한 슈크림이 들어간 그레이즈드 도넛위에 코코넛을 묻히고 검정 쌀밥을 올렸다. 그냥 검정 쌀밥.
르바란을 상징하는 색. 바로 초록색이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에는 초록색으로 되어 있는 빵, 음료, 집 등등이 많다.
도넛의 초록색은 판단잎으로 낸 색이다. 인도네시아인들이 사랑하는 향신료이다. 그 위에 코코넛을 아낌없이 넣었다.
가운데 도넛위의 가루는 아몬이라는 가루인데, 싱가폴이나 인도네시아 빵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재료이다. 말린 고기(혹은 건어물등)의 가루이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이지만 쌀밥이 같이 있다. ㅋㅋ
그 밑에는 슈크림이.......................
정말 이런 생각을 하다니+_+;;
바나나를 통으로 올린 도너츠도 너무 특이하지만 그게 제일 일반적이다.
근데..... 문제는 이 도너츠 맛있다. ㅋㅋ
아마 장인이 만드셨나보다. 코코넛가루를 별로 안좋아하는 나도 이 조합이 나쁘지 않다.슈크림은 고급스럽고 빵은 부드럽게 너무 맛있다.쌀밥은 살짝 빼고 먹긴 했지만(슈크림이 묻은 쌀밥은...먹고싶지 않...)
기본베이스가 너무 맛있어서 다 먹었다.
아무튼 이웃부부의 특별한 선물로 인도네시아를 또 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