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인도네시아 일상

쌀밥을 얹은 도넛 - 내 이웃의 특별한 선물

Kak Seulgi _ wiseeonni 2022. 5. 25. 22:10
반응형

저녁 9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띵동 띵동 벨이 울린다.

저녁 9시에 누구지? 

가족들도 없는 이 타국에서 저녁 9시에 벨을?

 

문을 열어보니 환하게 웃는 여자분과 남자분이 계셨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인사를 하니, 앞집으로 이사온 부부라며 소개하신다. 

아 몇일전에 앞집에 이사를 하던데, 그 집인가보다.  

 

늘 첫 만남은 어렵다. 무슨얘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쭈뼛쭈뼛하게 된다. 

이사온지 몇 일 됐는데 이제야 인사 한다며 작은 선물이라고 도넛을 선물해 주셨다.

그래도 이렇게 먼저 와서 인사 해 주시니 참 감사하다.

덕분에 인도네시아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아무튼 그렇게 받아 온 도넛을 열어보니.

우와~ 이게 뭐야~?

생각지 못한 도넛들의 모습에 입을 다물수가 없다. 

코코넛이야 워낙 인도네시아에서 자주 사용하는 거라 크게 놀랄바는 아니고

바나나가 올라간 도넛이 특이하다고 생각하던 찰나.

그 옆에는 쌀밥이 있는 걸 보면서 수많은 궁금증이 생겼다.

 

왜? 왜 이 달콤한 도넛 위에 쌀밥을 얹은거지?

저 쌀밥도 달콤할까? 약식같은건가?

왜 얹은거지? 무슨 의미가 있는거야?

 

도넛을 보면서 이렇게 수많은 생각을 해보긴 처음이었다.

 

아 생각해보니 지난주가 르바란이었구나.

르바란은 인도네시아의 최대 연휴, 무슬림들의 명절이다. 

그 연휴 기간에는 온 가족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데, 아마 이 도너츠가 그 패키지가 아니었을까?

하나씩 살펴보다보니 인도네시아를 그대로 가져다 놓은 것 같다.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코코넛. 바나나. 

인도네시아 기본 식량 쌀(밥)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사랑하는 '초록색'을 내는 판단 잎.

밥에든 빵에든 얹어먹는 아본. 

 

정말이지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것들을 싹 모아놨다.

도넛과 이 재료들이 매칭되지 않지만.

이 도넛을 보니 인도네시아가 보였다. 

 

외국인인 우리에게 엄청난 선물이다.  

도넛들의 조합이 생소하다. 슈크림도넛과 검정쌀밥 / 초록도넛위에 코코넛가루

달콤한 슈크림이 들어간 그레이즈드 도넛위에 코코넛을 묻히고 검정 쌀밥을 올렸다. 그냥 검정 쌀밥.

르바란을 상징하는 색. 바로 초록색이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에는 초록색으로 되어 있는 빵, 음료, 집 등등이 많다.

도넛의 초록색은 판단잎으로 낸 색이다. 인도네시아인들이 사랑하는 향신료이다. 그 위에 코코넛을 아낌없이 넣었다. 

바나나를 올린 도넛이 가장 무난하다.ㅋㅋ

가운데 도넛위의 가루는 아몬이라는 가루인데, 싱가폴이나 인도네시아 빵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재료이다. 말린 고기(혹은 건어물등)의 가루이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이지만 쌀밥이 같이 있다. ㅋㅋ 

그 밑에는 슈크림이.......................

정말 이런 생각을 하다니+_+;;

 

바나나를 통으로 올린 도너츠도 너무 특이하지만 그게 제일 일반적이다.

 

근데..... 문제는 이 도너츠 맛있다. ㅋㅋ

아마 장인이 만드셨나보다. 코코넛가루를 별로 안좋아하는 나도 이 조합이 나쁘지 않다.슈크림은 고급스럽고 빵은 부드럽게 너무 맛있다.쌀밥은 살짝 빼고 먹긴 했지만(슈크림이 묻은 쌀밥은...먹고싶지 않...)

기본베이스가 너무 맛있어서 다 먹었다. 

 

아무튼 이웃부부의 특별한 선물로 인도네시아를 또 알아간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