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와 전기장판
인도네시아에 오기 전 정말 수없이 많은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생각보다 정보가 많지 않아서 10년전 글까지 보면서 정보를 합쳐보려고 애썼던것 같다.
그중에서도 전기장판을 가져갈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동남아 열대 기후로 이사를 가면서 전기장판을 가져가는 일은 참 우숩기도 하다.
하지만 정보들을 조합할때 전기장판을 가져오라는 조언들은 내 귀를 팔랑거리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아플때는 전기장판을 틀어놓고 있으면 좋다는 조언들..
우기철에는 추우니까 전기장판이 필요하다는 글들...
이런 정보속에서 안가져갔다가는 아무래도 후회할 것 같았다.
짐들을 보내기 전, 급히 엄마에게 전기장판을 가져가야겠다고 했더니 이상하게 쳐다본다. 에어컨을 싸짊어가도 될까 말까한 판에 전기장판이라니... 그래도 딸래미가 가져가겠다고 하니 엄마가 쓰던 전기장판을 하나 꺼내주셨다.
그리고 3년동안 브카시에 살면서 한.번.도 전기장판을 사용하지 않았다.
옷장 한구석에 박혀있는 전기장판을 보면서 남편이 버리고 싶어하는 눈치를 내비췄지만, 가져온게 아까워서라도 나중에 쓸거라고 안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어이 족자카르타까지 3년동안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전기장판을 들고왔다.
그런데 이게 왠일. 족자카르타에 도착한 첫날.
난 이 전기장판을 꺼내 깔았다. 너무 추웠다.
브카시 우기철에도 그렇게 춥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이곳은 비가 오면 온도가 뚝떨어지면서 너무 춥다.
그래도 24도 날씨를 못견디고 전기장판을 까는건 좀... 민망스러운것 같아서 그 다음날부터는 옷을 좀 더 단단히 차려입었다.
그러다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오더니 온도가 뚝 떨어져서 정말 너무 추웠다. 덕분에 아이들도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있는 옷들을 단단히 입혀도 안되겠어서 전기장판을 꺼내왔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너무 신기해한다.
'우와! 이게 뭐야??'
'아! 나 이거 알아! 따뜻해지는거!'
3-5살에 인도네시아에 와서 3년을 살았으니, 전기장판이 참 신기하게 느껴지나보다.
'오늘 밤에 여기서 자도 돼?'
아이들은 신나서 전기장판 위에서 잠자리를 폈다. 좋은가보다.
한여름에 전기장판이라니...
난 왠지 저 전기장판만 보면 엄마가 생각난다. 엄마가 쓰시던 물건인지라 멀리서도 엄마냄새가 나는 것 같다.